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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나는 한국 문단에서 이처럼 ‘미친 여자’를 본 적 없다. 아이돌을 사랑하며 ‘환상통’을 느끼고, 모두가 원하는 ‘성소년’을 숭배하며, 아름다운 기계 인간 ‘나의 천사’를 희구하고, 레즈비언 업소의 호스트를 짝사랑하다 못해 부수어버리는 ‘사랑의 세계’를 떠돌며, 스스로 만들어낸 버추얼 인플루언서 ‘마유미’에 빠져들고, ‘최애’ 아이돌 멤버의 기증 정자로 ‘최애의 아이’를 임신하는 이 기기묘묘한 사랑의 외골수, 불온한 환상의 장인, 서브컬처의 수호자.
그러니까 이희주 작가는 한 손엔 백색의 상아를, 다른 한 손엔 날카로운 끌을 든 궁극의 우상화 적금 비과세 와 파괴 전문가다. 그가 피그말리온처럼 빚어내 숨결을 불어 넣은 대상은 아이돌일 때도, 기계 인간일 때도, 버추얼 인플루언서일 때도, 호스트일 때도 있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가깝고도 멀리에 있어 가상과 현실, 환상과 진실, 기표와 기의, 망상과 사실, 가짜와 진짜 사이를 끝없이 미끄러지는 무엇이라는 것. 그리고 지나치게 아름답다는 것.
여 주택대출이자 소득공제 기에 여성 등장인물들이 쏟는 극진한 숭배와 불같은 사랑을 보라.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투사하고, 그것을 배반하면 파괴하고, 아름다움과 추함의 털끝을 낱낱이 헤집어 탐닉하고, 불도저처럼 무시무시하게 치닫는 격정과 파국에 이르기까지, 이토록 장렬한 사랑의 대서사시에 홀리지 않을 이 누구인가?
최저 출생률을 기록함과 더불어 1인 가구 및 미·비 창업지원센터 혼 인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시대, 케이팝과 버추얼과 AI의 시대인 지금. 이것이야말로 시대의 사랑 아닌가? 그토록 많은 대중이 케이팝을 연호하지만 정작 팬들의 이야기는 불특정 다수의 숫자로만 가시화된다. 숫자 뒤 무수한 여성들이 온 마음과 재화를 쏟고 있는 아이돌 ‘덕질’은 사회적 현상인 동시에 다양한 형태의 서브컬처로 분화했지만 그것을 문단에서 원룸전세대출 순문학의 소재로서, 혹은 작가의 직접적 언급으로서 마주할 일은 드물었다. (논문이 쓰인 적은 종종 있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희주 작가는 했다. 아이돌 팬들을 소설 속 등장인물로 내세웠고, 양지니 음지니 하는 구분 속 그들만의 밀어로 소비되고 있던 서브컬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문학동네 연재 ‘두 심장 꿰매기’-‘사랑’에 대한 교환 ibk기업은행 채용 리뷰 6화) 거기엔 부끄러움 따윈 없었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 자신의 사랑에 책임을 지겠다는 담대함만이 있었다. 나는 감복하고 말았다. 1세대 아이돌 H.O.T. 등장 후 수많은 재능 있는 이들이 오직 순정만으로 서브컬처라는 그림자 속에서 숱한 명문장과 고전을 탄생시켜 온 지 어언 30년, 이런 전복은 누구도 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말이다.
이희주 작가 작품들. 문학동네, 민음사, 위즈덤하우스, 스위밍꿀 제공
고백건대 나도 아이돌을 좋아한 시기가 있었다. 아이돌을 자주 만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직후 환상과 현실이 부딪히는(가히 2D와 3D의 세계가 충돌한 듯한) 충격에 ‘완덕’(‘덕질’에서 졸업하는 것)한 뒤 한참의 표백을 거쳐 지금은 먼 감정이지만, 멀리에 있는 이상적인 대상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과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사랑한다는 것의 도파민만큼은 생생하다.
그것은 내가 사랑하는 것을 당신도 사랑한다는 기쁨이었다. 한편으로 그것은 우리가 절대로 알 수 없는 한 타인에 대한 끊임없는 유추였고, 재현이었고, 비평과 찬사와 재생산의 놀이였다. 또한 빼어난 해석자와 재생산자에게는 권력이 주어졌으며, 그러한 팬을 따르는 또 다른 팬들이 생겼다. 누구의 재현이 더 원본에 가까운가 하는 영원히 알 수 없는 수수께끼를 즐기고, 좀 더 진짜에, 진짜에 다가서려고 허공에 손을 휘저으면서, 놀이는 계속됐다.
그 행위는 무척이나 무용하고도 즐거웠으며, 다른 어떤 것과도 견주기 어려운 기묘하고 특별한 경험이었다. 1세대부터 지금까지, 정념과 애욕을 쏟을 데 없어 방황하던 소녀들의 신이자 구세주이자 천사이자 연인이자 유희의 대상이 되어준 ‘소년들’은 끊임없이 쏟아졌다.
1세대를 경험한 1980년대생부터 세대를 더 나누기도 무의미해진 지금의 아이돌을 향유하는 청소년 세대 2010년대생까지, 넓은 연령대의 여성들이 현재진행형으로 아이돌을 사랑한다. 이처럼 세대를 꿰뚫는 여자들의 공통적 욕망을 그 누구도 문학으로서 재현하고, 창조하고, 의미를 찾아내지 않는다면 그건 얼마나 허무한 일이겠는가?
바로 그것을 저돌적으로 돌파한 이희주 작가를 존경한다. 그는 자신을 이루는 것들을 수치심 없이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가리지 않고 내놓아, 그 모든 것은 종이 한 장의 차이라는 듯 문장과 문장 사이를 가볍게 건너뛴다. 그토록 비속한 것과 숭고한 것을 정성스레 한 땀 한 땀 발라내어 믹서에 넣고 한 데 갈아버리는 뻔뻔함은 어떤 신인의 패기에도 견주기 어렵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아이돌을 발견하고 사랑하는 데 진심을 다 하는 ‘덕질’의 완력을 질투한다. 그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면서도 나처럼 영 약해빠진 여자들은 어느 시점에서 그 환상이 주는 고자극과 환멸감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퇴각하고 말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사랑에 우열이 있는가? 진짜라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 문단에서 이토록 쉴 새 없이 내리꽂듯 맹렬하게 질문을 던지는 인파이터는 실로 오랜만이다. 이 불꽃놀이 같은 폭격을 나는 계속 구경하고 싶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처럼 본색을 드러낸 채 미를 탐색하고 사랑을 희구하는 작가의 문장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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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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