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레미콘업체인 유진기업의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전방산업인 건설업계 불황이 계속되면서 차입 부담이 커진 데다가 방송사 YTN을 인수·운영하는 과정에서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
3일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말 연결기준 유진기업의 총차입금은 1조34억원이다. 2022년 7821억원이던 총차입금은 매년 1000억원씩 상승해 2023년 8944억원, 지난해 1조481원을 기록하면서 1조원을 넘어섰다. 총차입금/EBITDA 배율은 전년 동기 15.5배에서 이번 분기에 -174.8배로 음수 전환했다. 최근 3년간 동아타이어 주식 마이너스 배율을 기록한 건 처음이다. 해당 지표는 기업의 영업활동으로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배율이 음수 전환됐다는 건 벌어들인 현금으로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환능력 상실 상태임을 의미한다. 잉여현금흐름도(FCF)도 같은 기간 ?222억원으로 적자 폭이 약 2배 확대됐다. FCF는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에서 유·르네코 주식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 지출을 뺀 값으로, 실질적인 가용 현금 규모를 나타낸다. FCF 악화는 본업 부진으로 벌이가 줄어든 데다가 공장 설비 유지·투자 등의 부담이 겹친 결과다. 건설업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본원 경쟁력인 레미콘 부문이 악화한 게 재무 건전성을 위협했다. 레미콘은 전체 매출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사업이다. 레미콘은 건축·챠트신공 토목·아파트·도로공사 등 대부분 건설 현장에서 필수로 쓰이는 자재인 만큼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여기에 당기순이익도 수십억원대에 머물면서 재무 부담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2834억원, 영업손실은 90억원, 당기순이익 82억원에 불과하다. YTN의 지분 가치 하락도 재무 부담을 높이고 있다. 주식사고팔기 유진기업과 동양이 YTN 인수 및 운영을 위해 각각 51%, 49%를 출자한 특수목적법인 유진이엔티는 지난해 관계기업투자주식손상차손 1311억원을 인식한 데 이어 올해도 손상차손이 발생했다. 인수 당시 주당 2만461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경영권을 확보했으나 이날 기준 YTN의 주가는 종가 기준 3015원에 불과하다. 유진이엔티는 202챠트박사 3년 10월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YTN의 지분 30.95%(보통주 1300만주)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최대주주 자격을 얻었다. 인수가는 약 3199억원이었다. 이후 지난해 2월 방송통신위원회가 YTN 최대 주주 변경을 승인하면서 인수가 마무리됐다. 최근 '주채무계열 기업군'에 유진그룹이 선정된 데에도 유진기업의 취약한 재무구조가 결정적이었다. 주채무계열 기업군은 빚이 많아 채권은행의 재무안정성 평가를 받아야 하는 곳들이다. 총차입금이 2조4012억원 이상이고, 은행권 신용공여잔액이 1조 4063억원 이상일 경우 해당한다. 유진기업의 총차입금은 1조34억원에 달한다. 다만 장부가액 기준 담보 미제공 유형자산과 투자부동산 약 1454억원과 재고자산, 금융기관 미사용 여신한도 약 644억원을 보유해 유동성 확보 여력이 있다는 게 나신평 설명이다. 유진기업 관계자는 "건설업과 레미콘 사업이 밀접한 관계에 놓여서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재무건전성과) YTN 인수는 별개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정연 기자 yeon378@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