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표 종합상사인 미쓰비시상사의 나카니시 카츠야 사장이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바현과 아키타현 등 롯데캐피탈 채용 3개 해역에서 추진해온 해상 풍력발전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미지=닛케이 영상 캡처>
상황에 따라 소리 없는 도둑으로 다가오는 ‘환율’에 대한 얘기입니다.
이번 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1면을 장식한 기업이 있습니 체크카드 현금서비스 다. 일본을 대표하는 종합 상사인 미쓰비시상사입니다. 최근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분을 추가 확대해 최대주주로 등극한 회사입니다. 미쓰비시상사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그간 야심 차게 추진하던 일본 내 모든 해상 풍력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021년 새로운 먹거리 사업으로 해상 풍력 발전을 지목 다음 하고 정부 용역에 도전한 뒤 4년만에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에 수 천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수모를 감내하고 회사는 사업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이유는 ‘불어난 원가’입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당초 예상했던 원가가 4년이 흘러 눈덩이처럼 불어나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다는 것입니다 쉐보레 자동차 할부 . 미래 추계에서도 비용이 떨어질 가능성보다 더 오를 일만 남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쓰비시상사 발표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엔저(低)’입니다. 원가가 최초 계산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고 공개하면서 엔저 문제를 토로한 것입니다. 아래 표(엔화 실질실효환율지수)를 보면 지난 4년간 해양금융종합센터 충격적인 하락 속도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실질실효환율지수는 각국의 물가 변동과 무역 규모 등을 고려해 각 통화의 상대적인 가치를 산출한 것입니다. 미쓰비시상사가 정부 풍력 발전 입찰 참여를 검토하던 2020년 5월 지수는 103.4에서 4년이 지난 작년 6월 68.2까지 떨어졌습니다.
풍력 발전 계통에 들어가는 각종 해외 원자재를 구매할 때 발생하는 비용이 환율 요인으로만 30% 이상 급등했습니다. 풍력 발전용 터빈 가격이 4년간 50∼80% 폭증한 데 더해 엔화 가치까지 떨어져 원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죠. 엔저는 도요타 등 해외에서 달러와 유로를 쓸어 담는 수출 기업들에 축복이지만 내수 기업들에는 이처럼 원가 부담을 키우는 끔찍한 존재입니다. 엔저에 신음하는 곳이 비단 내수기업뿐일까요. 일본 정부도 나라 살림을 짜는 과정에서 슈퍼 엔저 때문에 다양한 불확실성에 직면합니다. 해외에서 무기를 들여오는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지난해 엔저가 기승을 부리자 일본 매체들은 일본 국방력 증강 계획에 비상등이 켜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고(故) 아베 신조 총리 시절 대대적인 방위비 증액 조치에도 불구하고 엔화 가치 하락 속도가 2020년 이후 더 빨라지면서 실질적인 증액 효과가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당장 미국에서 들어오려던 록히드마틴의 F-35 스텔스 전투기 구매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엔화 하락으로 인해 최초 예산 배정 때 산정했던 환율 대비 조달 비용이 20% 이상 껑충 뛰게 됐습니다. 환율이 뭐가 대수냐고 하겠지만 크게 보면 엔저의 위력은 최근 일본 정부의 불안한 리더십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통화 가치 화락에 따른 실질소득 감소, 물가의 고공행진, 저렴해진 엔화에 봇물 터진 외국인 관광객 입국 등으로 인해 국민적 불만이 커졌습니다.
지난달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대약진한 포퓰리스트 우익 정당인 참정당의 가미야 소헤이 대표. <이미지=본인 소셜미디어 계정>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집권 자민당은 지난달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참패한 반면 포퓰리스트 우익 정당인 참정당이 14개 의석을 차지하며 약진했습니다.
참정당이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정책 메시지는 한마디로 ‘일본인 퍼스트’였습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또 하나의 팩트는 엔저의 고착화가 한국 경제에도 불쾌한 동조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통화의 교환 비율인 환율은 기본적으로 그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여러 외부 변수가 이 교환 비율에 영향을 줍니다. 과거 경험칙상 원·엔 동조화가 나타나면 일본 수출기업과 경합하는 우리 기업들의 원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됩니다. 다행한 점은 일본 기업들이 한국 기업과 경쟁을 회피해 빠르게 체질 전환에 나서면서 현재 자동차와 반도체를 제외하고 수출 부문에서 경쟁 수준이 높은 품목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엔저는 기업보다 일상의 우리 개미투자자들에게 두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 통화의 중심인 엔화가 고꾸라질수록 원화도 달러 대비 절하 압력이 커지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K-증시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달러를 원화로 바꿔 투자하는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바로 매도 버튼을 누르게 됩니다. 어느덧 우리는 과거 금융위기 상황에서 상정했던 1400원 후반대 환율을 평시의 ‘뉴노멀’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1500원을 향하는 이 공포의 숫자는 저출생과 주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하락 등 경제의 출력이 저하되면서 우리가 감내해야 할 고통의 크기입니다. 엔화가 앞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지금 역사적 상승세를 보이는 일본 국채 30년물 금리를 보면 마냥 그렇지도 않아 보입니다. 과도한 국가부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본 국채 시장이 얼어붙고 있습니다. 채권은 수요가 부진할수록 금리가 오릅니다. 역사적 엔저에 이어 일본에서 벌어지는 최근 달갑지 않은 또 하나의 위험 징후가 인접국인 한국 자본 시장에 어떤 불확실성을 야야기할지 우리 투자자들도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